만들어진 신 - ![]()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김영사 |
나는 종교를 믿지 않는다. 대신 속해있다. 나는 성당에 나가지 않는다. 대신 천주교 수원지방교구에 보관되어 있는 어느 서류에 우리 가족과 함께 내 이름이 기재되어 있다. 지금 나의 종교생활은 이게 끝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종교 중 하나일 뿐인 천주교에 내 이름만 속해 있을 뿐이다. 모태신앙이라고 말한다. 어느 종교적인 가정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자연스럽게 그 가정에 깊이 박힌 특정한 종교에 세뇌를 당한다. 종교란 단어는 모르지만 십자가상부터 성서, 밥 먹기 전 기도, 주말에 성당에 가는 습관, 그곳에서 불려지는 경쾌한 노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여름성경캠프, 사춘기 때 이성을 자연스럽게 만나는 공간, 사람 간 근원적인 정서교류로부터 자신도 모르게, 종교인들 입장으로는 자연스럽게 몸에 그 종교가 깊이 박히게 된다. 내 이야기를 하자면, 난 어릴 때부터 각 집마다 십자가상과 성모마리아상이 있는 줄 알았고, 주말에는 꼭 성당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 한편에 있었다. 성당에서 불려지는 노래는 경쾌하고 내게 또 다른 동요처럼 흥얼거리게 했다. 여름성경캠프에 가면 낯선 친구들과 다양한 게임을 한다는 것이 설랬고, 신나게 뛰고 먹는 밥은 꿀맛이었다. 여드름이 필 때 그 곳에서 만나는 동갑내기 여자친구들은 내 마음을 설레게 했고, 누나들에게 내 고민을 터놓을 수 있었다. 내게 천주교는 종교보다, 그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근원적인 정서교류를 할 수 있는 고마운 존재일 뿐이었다. more.. 이 고마운 과정들 중 실질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기도”, 즉 하느님을 향한 “믿음”이다. 그런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도”를 통해 무언가를 얻었는가? 답은 글쎄다~ 내겐 “기도”하는 순간은 눈을 감고, 손을 모으고, 속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물리적인 행동일 뿐이었다. 어떠한 감정과 떨림도 없었으며, 때론 지루하고 졸기까지 했다. 어떠한 사람은 이런 나를 보고 “믿음”이 부족하다고 쉽게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 글을 읽는 어떠한 사람도 그런 생각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논리적인 어떠한 이유보다는 단지 그런 말을 워낙 많이 들었기 때문에~ ^^;; 아무튼 이런 상태로 살인적인 입시를 겪게 되었고, 그 힘든 와중에 친구들과 놀며 많은 감정과 진정한 떨림을 느꼈다. 그렇게 대학을 가니 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좁게, 넓게, 얋게, 깊게, 하지만 무진장 자유롭게 교류를 하게 되었다. 이런 모든 과정이 즐거웠고, 내 삶을 풍요롭게 했다. 그렇게 어느덧 내게 천주교란 종교는 멀리~ 멀어도 한참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러다가 육군훈련소에 입대를 하게 되었고, 진심으로 피자빵과 콜라를 먹고 싶어서 그나마 내게 가까운 천주교(세례, 영성, 견진까지 받음^^;;)로 큰걸음을 했다. 그렇게 1시간동안 멀뚱히 앉아있다가 던져주는 피자빵을 한입 베어먹는데 어찌나 불편하던지, 입과 혀는 오물거리고, 머리는 이건 좀 아닌거 같은데.. 하는 생각에 딱 한번만 가고 주말에는 내무반에서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군생활이 끝나가는 지금 리처드도킨스가 지은 만들어진 신을 접하게 되었다. 리처드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정말 치밀하다. 비유하자면 완전 촘촘한 거미줄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교를 덮고 숨을 못 쉬게 하는 논리를 펼친다. 종교를 부분으로 나누어 조목조목 따지기도 하고, 이리저리 헤매는 종교의 모순을 콕콕 집어내기도 한다. 단 한발로 상대방에게 치명타를 입히는 저격수 같다. 모든 부분이 흥미로웠으나, 지금 떠오르는 부분이 종교와 선(善)과의 관계를 말하는 부분, 종교인이 “신이 없다면 무엇 때문에 선하려 애쓰겠는가?” 이렇게 물어본단다. 이 때 리처드도킨스는 다음과 같이 반문하고 싶단다. “당신이 선하고자 하는 이유가 오로지 신의 인정과 보답을 얻거나 신의 불만과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말인가요? 그것은 하늘에 있는 거대한 감시 카메라를 돌아보면서 혹은 당신의 머리에 든 아주 작은 도청장치에 대고 아첨하고 비위를 맞추는 것이지 도덕이 아닙니다.” 그래, 사람들이 쉽게, 혹은 무게있게 “그렇게 살면 지옥간다.” “하늘에서 하느님이 보고 계신다.” 이렇게 말한다. 이런 사고로 비롯된 선한 행동이 선한 행동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아인슈타인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오로지 처벌이 겁나서 그리고 보상을 바라기 때문에 사람들이 선한 것이라면 우리는 정말로 딱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 인류는 철저한 이성을 통해 우주의 껍질을 하나씩 벗기고 있으며, 그 과정을 신이라는 한계로 인류를 가두는 우를 범하지 말고, 인류가 이해의 한계를 넓히는, 더 나아가 우리는 아무런 한계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자고 리처드도킨스는 말하는 듯 하다. - 나는 종교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우리 할머니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 할머니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다. 평일, 주일 가릴 것 없이 거의 매일 미사를 나가시고, 식사 전후, 취침 전후에 기도를 항상 하시는 것은 물론, 틈만 나면 묵주기도를 하시고 성서를 읽으신다. 이런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죽음을 향한 정서적인 준비를 하시는 걸까? 이런 생각도 들고, 공백이 많은 노년에 저렇게 하셔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것에 잘된 일이라는 생각도 한다. 또 만약 우리 할머니가 배움이 길었다면 어떠한 노년을 보내셨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할머니에게 물어보지도 못했고, 설령 기회가 된다 해도 물어보기가 힘들다. “할머니, 하느님 믿으면 천국 갈꺼라고 생각해?” 어떻게 이렇게 물어본단 말인가. 당연히 짐작상으로 그런 믿음이 작거나 크건 있으니까, 있으니까, 그렇게 자신의 시간과 힘을 소진하시겠지~라고 마무리지을 뿐이다. 난 천주교 안에서 만나는 우리할머니 또래분들과 나누시는 소소한 대화들, 가끔식 성당에서 하는 경로잔치나 여행, 성당을 오고가는 적당한 도보운동, 신부님, 수녀님의 종교 외적인 좋은 말씀에 더 가치를 더 두게 된다. - 이렇게 부족한 글이 TTB로 선정이 되다니, 정말 부끄럽습니다. ㅠㅠ 읽어주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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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신》을 읽어보셨군요. 저는 목록에만 올려놓고 아직은 못 읽어봤어요. 알라딘에서 오는 신간 rss를 보니 이 책에 반하는 내용이 들어있는 《도킨스의 망상》이라는 책이 나왔네요. 신기한 것은 저자들의 약력을 보면 저자들 중의 한 명은 '분자생물학'과 '신학'을 전공을 했고, 또 옮긴이는 '수학과'를 졸업했고, '기독교학'을 공부를 했더라구요. 꽤 비슷한 길을 걸었더라구요. 그리고 전에 생물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갑자기 생각나요.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던 사람들 중의 상당수가 종교라는 것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요. 어느 수준에 올라가면 그 이상을 설명을 할 수가 없기에 종교라는 대안을 가지게 된다고 하더군요. 어찌되었든 간에 《만들어진 신》과 《도킨스의 망상》 이 두 권을 같이 읽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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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저도 얼마전에 만들어진 신을 비판하기 위한 책이 나왔다고는 들었는데, 혜아룜님이 말씀하시는 책이 그 책인가 보네요. 만들어진 신 책 자체는 상당히 흥미로웠어요. 어려운 구절도 있긴 했는데, 전체적인 흐름은 충분히 따라갈만하다고 생각해요. 가끔식 리처드도킨스가 의도적으로 무신론쪽으로 너무 치우진 논리를 펼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런데 재미난건, 지극히 맞는 말? 논리? 라서~ 크헐헐 어디선가 본 글귀를 그대로 따오자면 리처드도킨스의 논리는 입을 봉해버리는 논리라고 하더라구요. 상당히 치밀한 사람인 것 같아요.
조만간 혜아룜님도 읽고 좋은 리뷰 기대할게요.
아울러 <도킨스의 망상> 이거 상당히 끌리는데요. 아~ 돈 없는데,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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