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 - ![]() 김영하 지음/문학동네 |
작가의 말이 너무 좋은 책, 퀴즈쇼. 김영하 작가는 이렇게 마무리하더라. 부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청춘의 찬란한 빛이 언제나 그들과 함께하기를~ 어찌나 좋던지. 기분 좋게 읽어 내려갔다. 리얼리티가 뛰어나면서, 판타지 같은 면도 있고, 연애소설로 마무리 하는 듯 하면서, 제법 성장한 주인공의 모습을 내게 투영하면서 끝을 맺게 된다. “잘될 거야~ 다 잘될 거야~” 이 책 재밌다. 정말 재밌다. 재밌어서 빠르게 읽게 되는데, 너무 빨라, 사유가 부족했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적자면, 이 책 주인공 이민수가 고시원에서한 달동안 살면서 거기서 하는 생각들, 사건들에 공감하는 바가 적지 않아 놀랬다. 나도 고시원에서 2년 살짝 넘게 살았었는데, 그 때 살짝 서글프면서도 소박하게 좋은 기억들이 많았는데.. 아~ 옛날 생각나네. ^-^ ㅋㅋ 이민수가 옆방녀 수희씨랑 옥상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어찌나 신기하고 흐뭇하게 읽었던지~ㅋ, 정말 고시원에서 사는 사람들은 고기 구워먹기가 힘들다. 돈도 돈이지만 서로의 생활이 바쁘고, 시간도 안 나고, 또 구워먹는 고기는 혼자 먹기에는 좀 꺼려지는 음식이다 보니 외부기준으로는 같이 고기를 구워먹는게 어색한 사이라도 고시원 안에서는 서로의 뱃속 기름칠을 위해 종종 고기를 먹기도 하고, 이래저래 먹기 힘든 음식을 종종 같이 먹기도 한다. 물론 개인에 따라 이 “같이”와 “종종”이 드물면 드물고, 자주면 자주라고 말할 수 있다. 서로 어색한 사이에서, 고기를 같이 먹고, 소주를 곁들이면 더 좋고,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며, 점점 자신의 이야기를 허물 벗듯이 말하는데, 이 때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시원이 정말 슬픈 곳이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다. 다 각자 서로의 사연이 하나씩 있더라~ 그 사연이 나중에 빛을 발해야 할텐데~ 하며 내 수능생활이 끝남과 동시에 짐을 꾸려 집으로 돌아온 기억이 있다. 헛소리가 길었구나~ @.@~ - 현 20대라면 겪었을만한 이런 저런 일들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잡지를 보면서 허영을 키우는, 채팅방에서 신나게 떠들다가 다 나가고 혼자 남겨진 기분, 구글, 미드, 아웃룩, 프로토스, 이런 단어들~ 뭐 이런 거부터, 알바를 하면서 겪게 되는 더러움, 그리고 서글픔, 1000원까지 생각하게 되는 주머니 사정, 취직을 해야겠다는 막연함과 실패.... 아무튼 잘 묘사되어 있다. 내가 피부로 느껴지는 것들을 책에서 스토리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재미뿐만 아니라 <퀴즈쇼>를 채우고 있는 채팅방에서 하는 퀴즈들, 옆방녀와 이런저런 일들, 회사에서의 생활, 집회에서의 퀴즈대결, 지원과의 데이트를 하면서 나누는 대화들도 책에서 눈을 못 뜨게, 순식간에 읽게 된다. 내 또래들이 한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 잘 모르지만 책을 덮고 난 후, 구체적인 답은 없지만 조금 든든한 느낌이 든다. 잘될거야~ 다 잘될거야~ 그런 친구들 있잖냐, 친구 힘든거 알고 어설프고 구체적인 상담은 없지만, 말없이 소주 한잔 따라주려는 친구들, 그냥 고맙고 좋은 느낌을 풍기는 친구들~ 이 책이 그런 친구 같다. - “나는 사람이 두 종류라고 생각해. 자기만의 벽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모든 게 얇아. 그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 그 너머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절대로 믿지 않아. 현실만이 그들의 신앙이고 종교야. 한번 판단이 내려지면 그들은 가차 없고 냉혹해. 물론 그런 사람들이 편할 때도 있지. 자기보다 강하고 부유한 사람에게 약하니까.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친교를 쌓는 건 너무 지루하고 피곤한 일이야.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 라든가, 그게 도대체 나한테 무슨 득이 되니, 같은 질문만 던지는 사람들이잖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너 같은 사람이야. 너는 무용한 걸 좋아하잖아. 지식, 퀴즈, 소설 같은 것들 말야.” 퀴즈쇼를 읽던 중 이 구절이 참 좋더라. 여러번 읽게 되더라. 자기만의 벽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 구절을 되뇌며 내 삶을 뒤돌아보니 나름대로 자기만의 벽장을 가지려고 노력은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노력만 했던 것 같다. 튼튼하고, 멋지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보기에 볼품없고, 조금만 힘을 가하면 와르를 무너진다는 걸 나도 알고 있다. 남들에게 어떨지 몰라도 자신에게는 어느 순간 전부가 될 수도 있는 자기만의 벽장, 이 벽장을 자기 마음에 들게, 또 제법 튼튼히 만들어 나가는 것이 자칫 밥벌이로 힘들어질지 모르는 우리네 삶을 보다 든든하게, 가치있게, 행복하게 하는 것 아닐까? |
http://chungchoon.net/trackback/161
-
김영하 글은 신나고 통쾌해서 좋아요. 다른 책들도 한번 읽어보세요.
열혈 지지자인지라..다 좋다고 할 순 없지만 거의가 좋답니다. 후후~~
특히나 초기작품! 초기작은 뭔가 부족하고 어색하지만 살아있어요. 그래서 좋아요.-
김영하가 누군지 몰랐는데,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이 제목은 익숙합니다. 아직 퀴즈쇼 밖에 읽지 못했는데, 차차 여유가 되면 읽게 되겠죠.^-^ 지금 이 사람에 대한 느낌은 참 좋습니다. 글이 경쾌하게 재밌다고 할까? 자칫 가벼워 질수도 있지만, 재미가 상쇄시킨다고 할까? 미미씨님 블로그에서 본 글도 참 좋았구요. 제 나이또래한테 쓰는 글은 아니지만 위안을 많이 얻었어요. 헤헤~
초기작품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이 책이 맞죠?
제목부터 화악 끌어당기는게~ 조만간 읽을 수도 있겠는걸요~
저도 제가 읽을 책이 어떤게 될지 몰라서~ 이렇게 두리뭉실하게~ ^^;;
-
-
저는 아직 김영하 작가의 글을 읽지 않았네요. ('안'이라고 써야하는지 '않'이라고 써야하는지 헷갈리네요) '않'이라고 쓴 건 제가 김영하 작가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편견때문이라서 그래요. 이상하게 저에게는 김연수 작가는 상당히 어려우면서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는 작가라고 생각하지만, 김영하 작가는 그 반대이고 꽤 가벼운 것을 좋아하는 작가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영 손에 잡히지 않는 소설가네요.
그래도 이 책에 나온 구절은 알아요. 엄청 유명하죠. 88만원세대가 뜨면서 인기를 얻었던.-
"저는 아직 김영하 작가의 글을 읽지 않았네요" 이 문장이 맞는거 같은데요 ^-^~ 저도 워낙 맞춤법, 문법, 띄어쓰기를 모르고 써서~ ㅋㅋ 그냥 입에 익숙한대로 쓰고 있어요.
혜아룜님이 말씀하신 김연수 작가는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쓴 작가가 맞죠? 제 알라딘 보관함에 담겨져 있네요. 읽어야 하는데, 아직 읽지 못한 책이에요.
혜아룜님이 김영하 작가에 대한 특정한 시야를 가지고 계시군요. 잠시라도 싸악~ 걷고 한번 읽어보시는게 어때요? 어느 한 사람에 관해 자기만의 특정한 시야를 가지되, 가능성은 남겨두는게 바람직하잖아요. 작가에 대한 가능성은 그 사람의 글을 읽어보는 것! 한번 읽어보시는게 혜아룜님에게도 결국에는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그 구절, 정말 유명하죠.
혜아룜님 말대로 그런 느낌이 나기도 하네요. 후훗~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