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 ![]() 조경란 지음/문학동네 |
맛있는 음식이 목을 타고 술술 넘어가듯, 조경란 작가의 <혀>라는 소설은 맛있게 술술 읽혔다. 들어봤지만, 먹어본 적이 없는 푸아그라, 캐비아, 바질같은 식재료들이 번번히 나와 읽는데 다소 편하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묘사력이 뛰어나 내 혀 위에 묘사된 요리가 올려져 있는 것 마냥 몇 번의 군침을 삼키며 읽었다. 소설을 읽으며 군침이 돌다니~ 후훗,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책이다. 책을 덮고 난 후 슬픔이 몰려온다. 강렬한 향과 맛을 가진 마지막 "요리"를 남자에게 해주고, 여자가 청하는 키스에 남자는 마지막이라고 말하며, 마지막이 아닐지도 모르는 키스를 하고 애매모호하게 7월에 소설은 끝난다. 화려한 묘사, 즉 음식의 향과 맛에 도취되어 슬픔을 잠시 잊고 있다가, 책을 덮으니 기다렸다는 듯이 슬픔이 몰려 온다. 음식이 맛있어 허겁지겁 먹다가 잠재울 수 없는 포만감이 뒤에 밀려오듯이. 맛있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듯이 <혀>를 게걸스럽게 읽었다. 그런데 읽을 때 몰랐던 슬픔이 책을 덮고 난 후, 머리 속을 정리하다 갑자기 몰려오는데 이 슬픔, 잔인한 슬픔을 정리할 수가 없었다. 그와 그녀의 마지막이 아닐지도 모르는 키스, 즉 8월이나 9월 10월에 다시 키스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능케 하는 마무리가 잔인하게 슬프다. 그는 그녀가 만들어주는 “요리”(너무 중요한 내용이라 적을 수가 없다..ㅡㅡ^;;;)를 자신의 혀로 강렬한 향과 맛을 느끼며 먹었다. 그리고 그는 “요리”의 향과 맛이 남겨진 자신의 혀로 키스를 통해 그녀의 혀와 섞였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총 3개의... - 남녀관계에서 바람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내가 말하는 바람은 순간 놀고, 즐기고 싶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바람이 아니라, 진정으로 다른 사랑이 찾아오는 그런 바람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바람은 드라마나 영화, 소설처럼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아니면 내 주변 가까운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 친구, 내 선후배, 내 직장동료, 내 형제, 내 친척, 내 부모... 아무튼 중요한 건 바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알았을 경우다. 상대방이 안다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다 주는 사실은 자명하다. 상대방이 알았을 때 두가지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헤어지는 경우, 드물다고 생각하지만 제법 많은... 죽도록 빌어 용서받고 예전에 관계로 돌아가는 경우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위험하고, 어찌되었건 상처를 주는 이 과정을 인정하자는 거다. 일어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지만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걸 남녀관계에서 인정했으면 좋겠다는 거다. 인정했으면 상처를 주는, 상처를 받는 두 입장 모두 바람을 통해 자신에 대해 더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상처 주는 사람은 의도되지 않은 자신의 감정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 대해, 상처받는 사람은 슬픔에 잠겨 자신의 삶을 바닥으로 치닫게 하기보단 더 나은 삶에 대해 말이다. 물론 이 과정이 남녀관계에서 없으면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있다. 그리고 제법 가까이 있다. 이렇게 있는데 바람피는 사람을 마구잡이로 XX놈년, 개XX라고 몰고가는 분위기가 난 싫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위에서 썼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 내 친구, 내 선후배, 내 동료, 내 형제, 내 친척, 내 부모에게 말이다. - 소설 <혀>에서 여자 주인공은 집착에 빠진 캐릭터가 강한 인물이다. 그래서 소설은 재밌었는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바보 같은 여자다. 옛 남자에 치여 아파하고 결국엔....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 재미삼아 쓰지만 주방장과 잘되었더라면 요리 실력은 더 일취월장하지 않았을까? 후훗~ 어떻게 하다 보니... 조경란 작가의 <혀>의 감상을 쓴 글이 아니라, 평소에 생각하던 것을 쓰게 되었다... 삼천포로 빠졌네... 아무튼 소설 <혀>는 감각적인 문체와 묘사로 술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이태리 음식이나, 양식, 와인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나오는 음식 중 난 티라미스 하나 알겠더라~ ㅡㅡ^;; 아놔~ 소설에서 우설(牛舌)이 나오는데, 어릴 때 귀한 거라며 아빠가 억지로 먹인 기억이 있다. 개의 혀, 성기도 한번 먹어봤던 것 같다... ㅡㅡ^;; 너무 막장인가요?? 어릴 때 아무것도 모르고 먹은거니 이해해주시길~ - 나는 그가 접시를 비울 때까지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그의 입술이 부푸는 것까지. 음식을 먹을 때 입술은 피가 몰리면서 붉어지고 부풀기 시작한다. 사랑을 나눌 때의 성기들처럼. 입술과 성기는 혀와 함께 특별한 성감대에 속한다 모두 점막 피부로 되어 있고 신경이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혀가 가장 예민해질 때는 바로 음식이 닿았을 때다. 물을 마시고, 와인을 한 모금 마신다. 스테이크를 썰고 입에 넣고 음미하듯 우물거린다...... 식욕이 좋은 사람이다. 아무것도 먹고 싶어하지 않은 사람과는 오래갈 수 없어, 아무리 사랑해도. 삼촌은 씁쓸하게 말했다. 식욕이 좋으면 들어갈 여유가 있을 것이다. 그는 다시 스테이크를 슥슥 썰어서 기운차게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너무 뚫어지게 쳐다봐서 마치 내가 그 스테이크를 먹고 있는 것 같다. 그가 나를 썰어 입에 넣고 씹어대는 것 같다. 내 입술이 잘 익은 플럼토마토처럼 붉고 팽팽하게 부풀어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총을 뽑듯 신중하게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허공으로 들어올린다. 생선을 만질 때는 차갑고 빠르게, 고기를 만질 때는 뜨겁고 열정적으로, 그를 만질 때는 한없이 부드럽고 은밀하게 움직이는 손이다. 그녀의 몸이 어디 하나 건성으로 만들어진데 없이 아름답고 완벽하다면 나에게는 이 손이 있다. 손끝으로 슬쩍 칼날을 쓸어본다. 칼끝이 아직 예민하게 살아 있다. 칼이 잘 들어야 요리재료의 세포막을 다치게 하지 않고 고르게 썰 수 있다. 무딘 칼을 쓰면 고기나 회의 육즙이 터져 제 맛을 내기 어렵다. 이 정도면 됐다. 오리 몸뚱이를 움켜쥔다. 가금류 중에서 칠면조 다음으로 크고 섬세한 맛을 가진 재료다. 밤으로 속을 채우고 표면엔 올리브오일과 허브를 발라 오븐에 구워 내갈 거다. 늘어진 오리 대가리를 칼 손잡이로 툭툭 부드럽게 때린다. 나는 요리하고 사랑해야만 한다. 그것은 두 가지 일이면서 동시에 한 가지다. 이것이 내 운명이다. 칼을 높이 들어 도마 위에 잘 펼쳐놓은 오리 다리 끝을 타탁, 정확하게 내리 친다. 그래, 어서들 와. 나를 죽이고 싶을 만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줄테니까. 그게 언제였지? 우리가 왜 시원하게 먹으려고 수박을 잠깐 냉동실에 넣어둔다는 게 다음날까지 깜박 잊어버린 적이 있었잖아. 그 꽝꽝 언 수박을 버리려고 쪼갰을 때 갑자기 눈앞이 환해질 만큼 얼음 모양의 결정체들이 반짝반짝 빛난던 거 생각나? 정말 장관이었잖아. 실수를 통해서가 이니었다면 우린 그런 걸 볼 수 없었을 거야 - 그리고 이웃블로거이신 goldsoul님 블로그에서 이 책에 관한 좋은 글을 발견해서~ 이렇게 링크걸어 놓는다 ^-^ http://goldsoul.tistory.com/249 |
http://chungchoon.net/trackback/190
-
맞아요. 너무 슬펐어요. 사랑이 얼마나 깊으면 그렇게까지 되나, 하구요. 조경란 작가님 강연회에서 이번 작품은 사랑의 감정을 벼랑 끝까지 밀어붙인 소설이라고 하셨던 거 생각이 나요. 사랑은, 사랑은, 행복하지만 너무 아프고 슬프고 힘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