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란 사람을 언제부터 알았을까? 딱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겨레신문과 서점에서 자주 봤던 것 같다. 그냥 그의 존재만 내 머리 속에만 있었는데, RSS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할 무렵 우연히 그의 블로그(한겨레)를 알게 되었고, 자주 찾아가 글을 읽었다. 보면 볼수록 그의 깊이와 넓이에 감탄을 했었고, 새로운 시야를 한 장의 웹페이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는 글솜씨를 부러워했었다. 중독에 가깝게 그의 글을 찾았고, 읽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의 글에 담겨진 깊이, 넓이 시야는 다 잊어버리고, 그의 이름만 머릿 속에 남겨졌다. 너무 성급히 그에게 다가가서 그랬을까? 잊어버리는 것도 빨랐다.
그리고 2차 정기휴가 때, 기차를 4~5시간을 타는 지루함을 달래고자 서점에 갔다. 책을 고르다 “박노자”라는 이름이 눈에 띄더라, 책장을 넘기고 넘기니, 그의 블로그에 담겨진 글들을 모은 책이었다. 오호~ 하는 기분으로 책을 가지고 서점을 나와 집으로 가는 기차가 출발할 때 “박노자의 만감일기” 책을 펼쳤다.
“박노자”는 이 책을 일기를 모은 것으로 정리하더라, 대신 조금 특별한 일기, 남들과 소통이 가능한 블로그!
사람은 왜 일기를 쓰는가?
쓰는 사람마다 그 의미가 조금씩 다르겠지만 특히 근대에 접어든 이후에는 대체로 많은 경우 ‘내면 정리’ 욕구 때문에 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남’에게는 발화하기 어려운, 그러나 ‘나’에게 너무나 중요한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넘쳐날 때, 이를 정리하여 ‘결론’을 내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되는데, 그 정리 방식 중의 하나가 바로 일기다. 외면화되기는 어렵지만 내면적으로 중요한 생각과 감정들이 일기장에 정리될 때 결국 ‘나’라는, 외물들과 구별되는 주체가 성립된다. 그러한 면에서, 근대적 일기쓰기 문화와 역사적 ‘개인의 탄생’은 깊은 상관관계를 갖기도 한다.
제목과 날짜, 본문의 구조로 되어있어 읽기 편하다. 한편의 일기를 읽고 혼자만의 깊은 사유로 자연스럽게 빠질 수 있다. 다양한 주제의 일기가 실렸는데, 국가관에 관한 일기가 재밌더라. 후훗~
한국 대학생들에게 여론조사를 해보면 대다수가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북유럽, 일본, 스위스에서 태어나겠다”고 답한다. 예컨대, 2006년 9월 초의 한 조사에 의하면 67%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기를 원했으며, 주요 선망 국가는 스위스, 덴마크, 독일, 캐나다 순이었다. 그 무슨 주문을 외우게 해도, ‘자랑스러운 태극기’의 그늘 아래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태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국민연금이라고는 용돈 정도 주고, 제대로 된 실업수당이나 교육, 의료 혜택도 주지 않으면서, 남성들에게 유럽에 비해 두 배 긴 기간을 여건이 아주 열악한 군에서 보내게 하는 국가에 대해서, “이것이 공정한 거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소수일 것이다. ‘자랑스러운’ 주문을 외우게 하는 대신에 사립재단이라도 제대로 감시하여 재단 이월금을 교육 사업에 쓰게 하고 이를 통해 등록금 인상이라도 잡아주었으면 나라에 대한 애착이 강한 시민 키우기에 훨씬 더 주효했을 것이다.
나도 여기에다 적자면, 국가를 골라 태어날 수 있다면, 한국은 일찍 순위에서 빠질 것 같다. 대학 입학위해 고1,2,3 시절을 책상이랑 씨름하고, 입학해서 400만원하는 등록금 내고, 방학에는 여행이란 여유보다 다음 학기 용돈위해 알바를 해야 하고, 졸업을 해도 몇몇 소수만 제외한 대다수의 졸업생은 여유로운 취직이 가능하지도 않다. 게다가 더 많은 지식과 문화를 이해하려는 영어가 아니라, 그저 평가수단으로만 쓰이는 영어는 왜 중요하게 여기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또 군대를 생각하면.. 그저 할 말 없음이다. 또 제대 후 나름대로의
자립을 꿈꾸는 지금, 무슨 집값이 이렇게 비싼지, 월세를 친구랑 돈을 합쳐 계약을 했는데 부모님한테 죄송한 마음이 절로 든다. 바로 복학은 안하지만, 내년에 학교를 다닌다 생각하면.. 먹고, 자고, 싸고, 다니고, 배우고, 해서 이건 뭐 한 시간에 몇 만원 쓰는 셈이 되지 않을까? 아직은 멀었지만 공부를 더 하고픈 마음도 있고, 스펙을 따지는 우리 사회에서 그걸 충족시키고자 대학원도 가고 싶은데, 벌써 돈 걱정이 든다. 아놔~~ 이게 나만의 불평일까? 장담하는데 대학생이면, 대한민국 대학생이면 거의 공감할, 거의 모든 대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불만이라 생각한다. 난 정말 학비나 좀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 학자금 대출은 정말 싫다... 졸업하고 취직해서 채무 때문에 시달리는 건 정말 내 삶에 없었으면 좋겠다. 여하튼 나 역시 대한민국에서 다시 태어나는 건 좀 싫은 67%에 속한다. 일본이나 서유럽, 캐나다가 괜찮지 않을까? 뭐 이렇게 글로 쓸 뿐이지만..
국제정치를 잘 모르는 나에게 이런 저런 국제정세나 정치적인 사건들, 국가별 사상과 이익관계에 관련된 일기는 읽기 불편하고 힘들었다. 억지로 읽었다. ㅠㅠ 이쪽을 알아야 될텐데 마음만 가득할 뿐, 정작 찾아보는 건 드물고, 접하더라도 하품만 뻐끔뻐끔할 뿐이다. 이쪽을 제외하고 노동, 교육, 종교, 자유, 케케묵은 관념을 향한 의심의 일기들이 많다는 걸 비추어 볼 때, 질 좋은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좋은 책이다. 오래간만에 그의 블로그를 한번 가봐야겠다~ 후훗
박노자의 블로그 http://blog.hani.co.kr/gategateparag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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